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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 이야기

영화 리틀 포레스트, 포근한 이불 같은 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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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포근함이 우리를 살렸습니다.

추운 겨울

  찬 기운이 가득한 겨울 어느 날 밤 주인공 혜원은 자신의 고향 집으로 급하게 들어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오랫동안 비워둔 고향 집을 부엌을 뒤져서 음식을 준비합니다. 따뜻한 배춧국과 한 그릇의 밥 한 공기를 급하게 먹은 후,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마루에 누워서 잠이 듭니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허겁지겁 국 한그릇과 부침개를 만들어서 아침식사를 합니다. 소박한 아침 식사지만 그녀는 충분히 만족한 듯 보입니다. 추운 겨울의 매서운 기세는 따뜻한 음식과 함께 주춤합니다.

 

낯선 도시에 대한 회상

  그녀는 고향 친구에게 배가 고파서 돌아왔다며 웃으며 얘기합니다. 그리고 회상합니다. 편의점에서 파트타임을 하면서 먹던 찬 도시락, 집 냉장고에서 썩어 있던 방부제 섞인 음식들을 생각하며 자꾸 배가 고픕니다. 노력한 만큼 낯선 도시는 그녀에게 친절하지도 충분한 보상을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준비했던 임용시험도 떨어지고 기댈 곳이 없었습니다.

  허기진 그녀는 음식을 찾아 고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늘 맛있게 음식을 준비해 주던 엄마는 더 이상 고향 집에 없습니다. 그녀의 엄마는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며 혜원이 대학에 들어가기전에 집을 나갔습니다. 외로움과 배신감에 혜원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고, 잘 살겠다는 다짐을 하며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 답도 찾지 못한 채 다시 쫓기듯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음식, 용서 그리고 쉼

 

음식과 용서

  혜원의 음식 솜씨는 엄마만큼이나 뛰어나서, 매일 그녀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합니다. 음식 하나 하나에 엄마의 레시피를 기억하며 엄마와의 추억 또한 떠올립니다. 사실 그녀는 엄마가 그립습니다. 그리움만큼 용서가 쉽지 않습니다. 울다가 웃다가 반복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추슬려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한테서 편지 한 통을 받습니다. 편지에는 그 어떤 소식도 없습니다. 편지에는 감자빵 만드는 법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혜원의 얼굴에 묘한 변화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녀에게 더 이상 분노의 모습은 없습니다. 그냥 단순한 실망의 표정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레시피를 따라서 감자빵을 만들며 엄마를 회상합니다.

  음식을 만들어 가며 그리고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혜원은 차츰 여유로워집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성공은 원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곱게 봄철 색을 입힌 떡, 더운 여름을 잠시 멈추게 하는 직접 만든 막걸리, 가을을 담고 있는 밤 조림 그리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곶감 등을 생각하며 그녀는 행복해 합니다.  그녀는 또 다른 봄날에 봄 햇살을 받으며 고향 동네를 산책하며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지친 '너와 나'를 위한 위로와 힐링

  이 영화의 매력은 영화를 보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긴장감으로 생긴 경직감으로 잠을 못 자다가 알지 못할 포근함으로 잠을 푹 자고 일어난 느낌이 듭니다. 현대인은 늘 긴장을 하고 삽니다. 경쟁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때문에 늘 피곤해 하고 배가 고픕니다. 어깨가 굳어 있고 먹는 음식은 날 건강하게 살찌우는 것 같지 않습니다. 피곤과 허기는 우리를 늘 불안하게 하고 여유가 없게 만듭니다. 

  춥고 매서운 겨울이 가고 2월 봄의 시작점에 와 있습니다. 고향이 대도시인 우리들은 잠시 의탁할 시골집은 없지만 따뜻한 봄기운을 받으며 산과 들을 오고 가는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넉넉한 마음은 살벌한 경쟁 관계에서 잠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 봅니다.  

 2월은 집에서 음식을 만들며 가족과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서 즐겁게 식사를 했으면 합니다.  오랜 대학 입시로 식탁에서 둘어 앉지 못했던 아이들과 가끔은 맛있지는 않지만 정성이 담긴 음식을 식탁에 두고 서먹서먹한 대화를 주고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귀한 지인들을 초대해서 계절 음식과 술을 나누며 세상 살아가는 고달픔을 함께 풀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도시인들에게 진정한 고향은 우리라는 것을 늘 기억하고자 합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