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애잔한 사랑의 추억

사진관

  주인공 정원은 자신의 동네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합니다. 사실 정원은 말기 암 환자입니다. 그러나 그는 담담하게 사진관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갑니다. 정원의 사진관에서는 삶과 죽음이 공존합니다. 죽음을 기다리는 정원과 치열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사진이 필요한 손님들이 찾아 옵니다. 사진관에는 이제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등학생들이 오기도 하고, 죽음을 맞이 하기 전에 미리 장례식장 사진을 찍어 두려는 나이 많은 할머니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손님들 중에 정원이 사랑하게 될 주차단속요원인 다림이 있습니다. 나이 어린 다림은 죽음을 기다리는 정원과는 대조적으로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생명과 희망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사랑, 삶의 희망이 되다

  친한 친구 부모님의 장례식장에 다녀 온 정원은 모든 것이 버겁습니다. 알고 지내던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 들이기 힘들고, 더운 여름철 흘리는 땀도 짜증이 납니다. 가끔 그는 자신이 시한부 환자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현실에 무너져 내립니다. 장례식장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사진관을 들어서는 때, 주차단속요원인 다림이 불법주차 사진을 인화해 달라고 재촉합니다. 정원은 그녀의 요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이 회복되길 기다립니다. 얼마후 정원은 밖에서 사진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다림을 보게 됩니다. 미안한 마음에 아이스크림을 건네는 정원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애잔한 인연은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다림의 일상이 정원의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합니다. 주유하는 모습, 주차단속하며 차 주인과 실랑이를 하는 모습 그리고 사진을 인화하러 왔다가 잠시 눈을 감고 쉬어가는 모습 등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평범한 다림의 일상이 확대한 사진처럼 정원의 머릿속에 인화됩니다.

  사실 가족 이외에 정원이 시한부 환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면서 정원은 친구 철구를 찾아가서 술을 먹습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정원은 꼭 2차를 가야하는 이유를 귓속말로 철구에게 전합니다. '나 곧 죽는데...'. 이 말을 장난으로 받아 드리며 둘은 웃으며 둘은 2차를 갑니다. 이제 정원은 다림에게 자신의 상황을 말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다음날 다림은 사진관을 방문하고 정원이는 다림의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친한 친구들과 야유회를 다녀온 후 단체 사진도 찍습니다.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정원은 남아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추억을 남겨 주고자 합니다.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정원과는 달리 다림은 조금씩 정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고자 합니다. 함께 놀이공원에 가자고 은근슬쩍 말해보기도 하고, 데이트 후에 집으로 데려다 주는 정원의 팔짱을 껴보기도 합니다. 다림의 사랑은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원의 병세는 더 나빠져서 마침내 입원을 하게 됩니다. 사진관은 문을 닫고 정원의 사정을 알지 못한 채 다림은 주위를 서성거리면서 배신감 마저 느낍니다. 병원에 입원한 정원은 다림을 떠올리며 살겠다는 희망을 불태웁니다. 

 

가능한 미소 지으며 삶을 마무리 하자

사랑의 마무리

  정원은 병원을 나와서 사진관으로 향합니다. 정원의 병세는 더 악화된 상태입니다. 정원은 멀리서 다림을 바라보면서 더이상 다가서지 못 합니다. 얼마 전에 찍은 다림의 사진을 크게 인화하여 사진관에 유리창에 걸어 놓습니다. 다림을 향한 마지막 사랑의 표시입니다. 얼마 후 정원은 죽음을 맞이하고 다림은 사진관에 걸린 사진을 보면서 정원을 추억하며 미소 짓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여러 형태의 사랑을 보게 됩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 사랑의 감정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이 덤덤하게 현재를 지켜내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죽음은 파괴가 아닌 진지하게 인생을 정리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못다 이룬 사랑이지만 정원의 사랑은 다림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습니다. 죽음이 아픔이 아닌 소중한 기억으로 이어지는 모습 속에서 거칠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이 자신이 마주할 수 있는 극한 상황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깊게 생각하게 하는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