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ER, 현대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

이상하고 어색한 감정

이혼을 앞두고 외로움을 느끼는 주인공 테오도르는 재미 삼아 인공지능 운영체계 OS1을 구입합니다. 인공지능은 자신을 사만다라고 소개하며 마치 사람처럼 테오도르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사실 테오도르는 남의 편지를 대필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편지를 대신 써 주지만 본인은 실체없는 삶을 살아가며 외로움과 자괴감에 빠지는 일상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인 사만다는 분명 그에게 이상하고 어색한 느낌을 주고 있지만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 테오도르는 묘한 동질감과 위안을 받습니다. 사람의 감정을 읽고 표현할 수도 있는 사만다는 분명 놀라운 인공지능이며 어느덧 테오도르는 이 인공지능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테오도르는 자신의 속마음을 사만다에게 이야기하게 되고 아내와의 아픈 기억을 잊어 가고 있습니다.

 

사랑에 빠진 남자

  인공지능인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아픈 감정을 어루만지며 계속 따뜻한 말로 위로 합니다. 그리고 정말 사람처럼 테오도르에게 놀이공원에 놀러 가자고 제안도 하고 함께 식당에 가서 주문도 하며 데이트를 합니다. 테오도르는 정말 사랑하는 연인이 옆에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재미있고 안정되어 가는 것을 느낍니다.

  인공지능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만다는 육체가 없음을 슬퍼하고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혼란을 느끼며 진짜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그리고 테오도르는 더 이상 낯선 감정을 느끼지 않고 이 인공지능에 빠져 들며 중독됩니다.

  마침내 테오도르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친구들은 테오도르가 사랑하는 대상이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고 걱정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상관하지 않고 테오도르는 매일 행복감을 느끼며 별거했던 아내와 어렵지 않게 이혼을 하려 합니다. 이혼하는 당일 만난 아내에게도 테오도르는 너무도 당연하게 자신이 인공지능과 사귀고 있다고 말하고, 이를 들은 아내 또한 걱정을 하게 됩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이별

인간이 서로 사랑하다가 헤어지는 것처럼 테오도르도 사만다와 이별을 하게 됩니다. 사실 사만다는 테오도르만의 가상 연인이 될 수 없었습니다.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을 오고가며 그들과 감정을 나누며 사랑하는 사이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테오도로는 이 사실을 인정하기 힙듭니다. 한 사람과의 사랑만 가능하다는 전통적인 사랑법에 익숙한 테오도르에게 사만다의 모습은 질투를 일으키고 용서하기 힘듭니다. 정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분명 테오도르는 미친 것처럼 보이지만 관점을 바꾸어 사만다를 사람처럼 인정한다면 마치 너무도 인간적인 이별 과정처럼 보입니다. 사만다를 만났을 때 테오도르를 포함하여 주변 환경은 붉은색으로 정열과 환희의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사만다와 헤어지면서 모든 것은 회색으로 변하며 고립과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테오도르는 다시 외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헤어짐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진짜 사랑이란 무엇일까?

  여기에서 우리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남녀간의 사랑만이 사랑일까? 사실 우리는 여러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공유하며 살아갑니다. TV, 영화, 잡지 등 여러 매체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이고 틀에 짜인 사랑을 뛰어 넘는 특이하고 때로는 무섭게 생각되는 사랑의 형태를 보게 됩니다. 

  AI 시대에 접어 들면서 운영체계와의 사랑 또한 크게 낯설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제도권 이외의 사랑을 꿈꾸던 사람들이 사회적 이단아로 치부되며, 그들의 생각을 발설하는 것 조차도 금지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와서 사람들은 더 활발하게 생각을 공유하고 인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덧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질문을 합니다. '우리의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을 정의할 때 사랑하는 주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는 사랑하는 주체가 끊임없이 사랑과 이별을 반복한다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에도 익숙하지만 이별이라는 감정 또한 자연스럽고 큰 상처없이 받아드릴 수있는 성숙함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짜 사랑이란 잘 준비된 이별을 나와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자세입니다.   -  끝  -